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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나우] 트럼프 1기 때처럼 2기에도 동남아가 뜰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온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전례 없는 강력한 위임”을 자신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그는 대(對)아시아 관계에서 바이든 정부와 차별성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공통점은 중국을 견제하는 디커플링 정책의 유지와, 미·아세안 관계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나 적극적인 노력의 부재다. 바이든 정부에서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부에 놓였다면, 개별국가와 양자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정부에서 아세안의 상대적 비중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반면 미국 대외정책에서 중국 주목도는 늘어날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 경제, 그리고 남중국해 분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트럼프 1기의 미·중 대립은 아세안에 기회였다. 중국에 대한 25% 관세와 통상 압박으로 기업들은 동남아로 발걸음을 돌렸고, 아세안은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말레이시아 투자확대, 애플 제조사 폭스콘의 베트남 진출이 상징적 사례다.   아세안이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대 미국 교역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제1 교역파트너인 중국과 교역이 더욱 많이 늘어났다. 중간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동남아로 진입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와 미국 시장을 노린 우회경로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2기 트럼프는 더 과감한 카드를 준비했다. 중국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폐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연관 공급망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까지 예고했다. 미·중 갈등의 격화 전망에 동남아 국가들의 속내는 복잡미묘하다. 중국·멕시코에 이어 대미 무역흑자 3위인 베트남은 기회가 찾아오겠지만, 트럼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세계 니켈 매장량 1위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핵심 광물 FTA를 맺으려 하지만, 이미 깊숙이 침투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필리핀도 트럼프의 청구서를 받게 될지 모른다. 물론 이런 이슈들은 지금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더 시급하고 중차대한 현안에 가려져 있다.   아세안의 기본 노선은 중간자 외교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이들의 중립적 입장은 오히려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되어왔다. 트럼프 2.0은 아세안에 도전이 되겠지만, 역설적으로 대 중국 강경책은 이 지역에 한 번 더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한층 더 커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무장한 안전지대, 아세안의 부상이다. 고영경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마켓 나우 동남아가 트럼프 트럼프 정부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1기

2024-11-18

[마켓 나우] 글로벌 경제, 연말까지 연착륙 성공할까

우리의 세계 경제 전망은 인플레이션의 점진적인 완화, 더욱 광범위한 통화정책 완화, 그리고 이 둘에 따른 연착륙 가능성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제 분석은 중동 분쟁 확대 같은 지정학적 전개와 미국 선거 이후의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리스크 때문에 한계가 있다. 중국의 재정 부양책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취할 조치들의 규모와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가계지출보다는 공공투자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선물 시장에서는 미국의 단기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으로 본다. 10월 중순 현재, 시장은 내년 1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약 0.6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9월 중순에 첫 금리 인하 직후 1%포인트 이상을 기대했던 것에 비해 줄어든 수치이다. 선물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수준의 완화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시장 전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기본 시나리오 역시 두 중앙은행이 연말까지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예상대로 과감하게 시작되면서 정책금리가 광범위하게 인하됐지만 인플레이션율, 노동시장 상황 등의 차이로 인해 통화정책 전망은 균일하지 않다. 특히, 긴축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인 브라질에선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제조업·서비스업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 데이터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전망은 악화일로다. 제조업의 약세가 더 광범위하고 장기화될수록 다른 분야로 악영향이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서비스 부문 PMI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다행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PMI의 종합 생산지수는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상품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적인 물가 신호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지표들은 앞으로도 상품 가격 압력이 약세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표에는 S&P글로벌의 PMI와 중국 본토의 지속적인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이 포함된다. 그러나 중동 정세로 원유 가격이 반등했으며, 서비스 인플레이션율은 전반적으로 팬데믹 시기의 최고치보다는 낮아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업데이트에서 2025년 글로벌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2%로 약간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주로 북미의 하향 조정을 반영한 것이다. 켄 왓렛 /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글로벌경제 담당 부사장마켓 나우 글로벌 연착륙 연착륙 가능성 인플레이션율 노동시장 세계 경제

2024-11-11

[마켓 나우] 동남아 시장에서 속단은 금물, 문제는 전략

배달의민족과 고젝이 베트남을 떠난다. 고젝은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다. 그랩·티키 등 동남아 대형 플랫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하락에 속앓이 중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그랩은 주가가 70% 가까이, 고투그룹은 80% 이상 폭락했다.   동남아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플랫폼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과 낮은 수익성으로 고전한다. 배민과 고젝은 슈퍼앱 그랩과 경쟁에서 패했고, 그랩 역시 일부 지역에서만 흑자일 뿐 적자다. 이커머스 시장도 비슷하다. 싱가포르 1위였던 큐텐은 쇼피와 라자다의 공세에 흔들리며 무리한 확장으로 정산지연 사태의 주범이 됐다. 고투그룹은 손실을 못 견디고 토코페디아 지분 70%를 중국 틱톡샵에 넘겼다.   일부 기업이 허덕여도 ‘동남아에는 비즈니스 기회가 없다’는 속단은 금물이다. 전체 디지털 경제는 어느 지역보다 성장이 빠르며, O2O 플랫폼 외에도 소셜커머스·헬스케어·푸드테크·그린테크에서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올해 한국의 고피자에 ‘태국의 삼성’으로 불리는 CP그룹이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CP그룹은 식품·유통·통신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한 1위 그룹이다. 양사 협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바이오연료 스타트업 리피드도 주목받고 있다. 리피드는 베트남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해 지속가능항공유(SAF)로 정제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미 380여 개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리피드는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한 SAF 수요 급증과 전 세계 폐식용유의 70%가 아시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세안 지역 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투자도 급팽창하고 있다. 디지털 산업의 빠른 성장과 각국의 데이터 주권 보호 강화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동남아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 중이며, 여기에 중국의 알리바바와 화웨이, 일본 텔레하우스, 호주 넥스트DC도 가세했다. 향후 3~5년 안에 데이터센터는 두 배 이상 증가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친환경 전력 수요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승자독식 구조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실패했다고 아세안 시장을 평가절하하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더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동남아의 신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실패는 시장이 아닌 전략의 문제다. 최적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명확한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피자·리피드처럼. 고영경 /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마켓 나우 동남아 시장 글로벌 시장 데이터센터 수요 동남아 대형

2024-10-21

[마켓 나우] 뜻대로 안 되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

미국은 왜 중국 반도체에 기술봉쇄를 시도했을까? 경제사학자 크리스 밀러의 『칩워』(2022)에 따르면, ‘병목기술’(전체의 성능을 제한하는 기술)을 통제하면 기술개발 저지가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검증할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됐다.   중국 화웨이는 스마트폰 메이트60에 7nm 칩을 장착하고 위성통신 기능까지 추가했다. 중국 파운드리 SMIC의 매출은 3년째 20% 이상 성장 중이다. 메모리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장비 부문에서도 매출이 1조원을 넘는 기업이 등장했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어센드910C를 출시해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도전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봉쇄 전략은 실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궁하면 통한다(窮則通)’라고 하지 않는가. 기술에는 한가지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대안기술 중 하나가 선택되면 더 많은 세부 기술이 함께 개발되면서 주력 기술이 된다. 만약 ‘강제적’으로 대안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보조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또 다른 주력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예컨대 기술봉쇄의 최후의 보루로 네덜란드 기업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은 EUV보다 더 짧은 파장의 빛을 만들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쓰려면 광원 활용 방법, 감광 물질, 노광 시스템 등 개발이 필요한 기술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방사광가속기로 EUV를 대체한다는 생각은 어불성설로 여겨졌지만, 봉쇄라는 극한상황은 기술개발 양상을 바꿀 수 있다.   봉쇄의 여파로 중국 반도체가 ‘갈라파고스’(독자적 기술 생태계 구축)가 되건 ‘와칸다’(‘초격차’ 기술 선진국 수준에 도달)가 되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는 득이 될 일이 없다. 당장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소재 산업에 타격이 심각하다. 한편, 일본은 한국에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소부장 시장에 대한 침투력을 강화하고 있어서 한국의 자생력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 정책에서 봉쇄의 이면인 내재화(자체 개발과 생산) 또한 미국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 결정은 반도체 내재화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TSMC나 삼성과 같은 외국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자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글로벌 분업은 부가가치 수준에 따라 저절로 발생한 측면이 있는데, 미국과 중국은 자의든 타의든 자국 이익을 위해 인위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병훈 /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마켓 나우 미국 중국 기술개발 저지가 기술개발 양상 주력 기술

2024-10-16

[마켓 나우] 미국 주식이 제일 잘나가는 이유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특별한 국가라는 생각이다.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국가라는 우월주의가 일부 포함된 표현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미국 리더십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가장 최근엔 2008년 금융위기로 리더의 체면을 구겼지만, 그때를 바닥으로 빠르게 앞서가고 있는 미국 증시는 미국 우월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과연 미국 증시의 독주를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실적과 기대감의 상승이다. 주식의 투자 수익은 두 가지 요인이 결정한다. 투자 기간에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실적)과 미래에 그 이익이 얼마나 증가할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따라서 투자 수익률은 이익의 증가율에 기대감의 증가율을 더한 것이다. 미국은 이 두 비율이 경쟁국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미국 S&P500 지수의 이익 증가율은 기타 선진국 지수의 2.4배였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의 증가율은 2배였다.   둘째, 테크 섹터의 영향력이다. 미국 증시에서 테크 섹터는 실적과 기대감에서 다른 섹터들을 압도한다. 2024년 2분기 기준 테크 섹터의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율은 20%로 S&P500 지수 전체 이익 증가율 11%의 약 2배였다. 또한 테크 섹터의 PER은 29로 S&P500 지수 전체의 PER 21.5를 크게 상회한다. 테크 섹터 주가의 가파른 상승은 S&P500 지수에서 테크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의 확대로 이어져 다시 S&P500 지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 반면 기타 선진국 지수는 산업재와 유틸리티 같은 올드 이코노미 섹터의 비중이 여전히 커 미국과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달러의 강세다. 미 달러화의 강세는 해외 투자금의 미국 행을 가속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달러 지수 기준 30% 이상 상승하며 미국 주식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에게 추가 수익을 안겼다.   향후 미국 주식의 상대적 성과는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론 열세를 보일 수도 있다. 현재 주가에 반영된 실적과 기대감이 장기 평균이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미국의 독주 가능성이 크다. AI가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적 기술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미국 테크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막대한 기술과 자금을 AI에 쏟아붓고 있으며 그 혜택은 미국 기업들이 가장 크게 누릴 것이다. 최정혁 /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마켓 나우 미국 주식 이익 증가율 투자 수익률 테크 섹터

2024-10-13

[마켓 나우] 예상 깬 중국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려면

중국 주식시장이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로 휴장하는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시 들뜬 기대감으로 중국을 주목했을 것이다. 최근 중국 정책결정자들이 경기부양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중국인민은행(PBC)은 주요 정책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주택담보대출 조정, 주식시장 지원을 포함한 전면적인 경기부양 패키지를 발표했다. 또한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행장은 필요하다면 통화완화 정책을 추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정책결정자들은 월말에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를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의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더 많은 조치를 약속했다. 이후 1선 도시(一線城市), 즉 시장 측면에서 매력도가 가장 높은 대도시인 광저우·선전·상하이·베이징이 주택 구매자에 대한 규제를 다양한 수준에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과감하며, 예상보다 더 일찍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외 요인들의 빠른 변화가 중국인민은행의 최신 조치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라고 판단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시장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실물 경제에 미친 정책 영향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아래 세 가지 요인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본다.   첫째,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간의 정책 조율이다. 중국 경제는 향후 일관된 정책 기조가 필요하며, 특히 재정 측면에서 정책 조율이 절실하다. 재정 측면에서는, 재정 적자를 확대하거나 현재의 국채, 특히 특별 국채의 발행을 확대하는 모든 계획이 거시 경제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추가적인 주택 시장 완화 조치가 여전히 아쉽다. 이는 8월의 부동산 가격, 부동산 투자, 신규 주택 판매, 가계 중장기 대출의 지속적인 위축으로 입증된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 완화는 수요 측면의 일부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책 집행에 달려 있으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부문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주택 재고를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과 공급 측면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셋째, 소비가 다시 모멘텀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청년 실업률이 7월 17.1%에서 8월 18.8%로 상승했다. 중국 노동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측면이 재확인된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두운 소득 전망과 일자리 불확실성으로 제약받는 중국 소비자들의 신중한 소비 태도를 심화했다. 국경절 연휴 기간의 소비 및 여행 데이터는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는 이번 주에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베티 왕 /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중국 경기부양책 통화완화 정책 재정 정책 최근 정책결정자들

2024-10-09

[마켓 나우] 금리 인하가 불러올 변화의 물결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금융 시장은 연말까지 약 1%포인트, 내년에는 약 2%포인트까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금리 인하로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진적인 완화 정책을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연준 통화정책 완화의 시기와 폭이었다. 초기에는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6월 FOMC 회의에서도 올해 단 한 번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도 없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7월 고용지표가 나오자 시장에서 급격한 매도세가 발생했으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에 거는 기대가 다시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성장률은 특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상보다 견고한 편이다. 최근 발표된 노동시장과 경제활동 지표를 보면, 경기침체가 임박한 징후는 없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조정이 예상보다 과도하기에 적절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비농업 부문의 7월 신규 고용은 예상을 밑도는 11만4000개 일자리 증가에 그쳤다. 7월 실업률이 4.3%로 예상보다 상승했지만, 실업률 상승의 대부분은 영구적인 인원 감축이 아닌 일시적인 해고에 가까워 경기침체 신호라고 하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시장은 올해 12월에 실업률이 4.4%로 최고점을 찍은 뒤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전망은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보다는 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가정과 현재 경제활동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연준의 통화정책은 두 단계 접근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처음에는 금리를 빠르게 낮추다가 그 후에는 천천히 조정하면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연준이 금리를 갑자기 많이 내려야 할 긴급한 경제 위기상황은 없어 보이며, 앞으로도 그런 상황의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비교적 완만한 하락이 예상된다. 시장은 이미 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어적인 자산보다는 성장 중심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금리 인하의 속도와 시기가 신중하게 조정되는 가운데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지켜볼 시점이다. 알렉스 조이너 / IFM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금리 인하 금리 인하 이번 금리 연준 통화정책

2024-09-25

[마켓 나우] 연준이 금리 내리면 부동산주 뜬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들린다.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중앙은행의 두 가지 목표를 정책 결정문에 담았다. 이는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하던 연준의 정책 기조가 마침내 경제 성장 촉진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결정문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9월에” 금리 인하가 가능하며, 금리 결정은 여전히 “데이터 전체,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간 균형 등에 달렸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구인·이직 보고서(JOLTS), 고용비용지수(ECI) 등의 내용도 9월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   저금리 환경의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 투자자들은 여러 가지 대응책을 고려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상장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배분이다.   미국의 상장 부동산 시장은 지난 5년간 팬데믹의 충격과 전례 없는 규모 및 속도로 진행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등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전망이 개선되고 올가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부동산 섹터는 7월 S&P500지수에서 7.2%의 수익을 내며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의 부동산 부문 상승세는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부동산투자신탁(REITs)이 순자산 가치보다 여전히 6%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오피스·유통·노인주택 부동산 부문에서 신규 공급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구조적 변화가 시작되는 새로운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공급이 이뤄졌던 아파트 등의 분야에서도 2025년에는 신규 재고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 확대를 저해하면서 임대료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로 2020년 대비 44%나 급등한 건설비용을 꼽을 수 있다.   노인주택은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팬데믹 종료 후 노인주택 입주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노인주택 사업자들은 코로나 시대 매출 감소분의 85% 이상을 회복하고 있다. 노인주택 사업자는 높은 운영 레버리지의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입주율 상승은 향후 몇 년 동안 견고한 순영업소득(NOI)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지속해서 강력한 수요를 창출할 기반이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적정 가격대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노인주택 시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리고 임대료 상승률 또한 과거 수준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라 말릭 / 누빈 최고투자책임자마켓 나우 부동산 연준 노인주택 부동산 상장 부동산 부동산 부문

2024-09-02

[마켓 나우] 성공하는 장기투자 위한 4가지 습관

지난 5일 글로벌 주식시장을 엄습한 극도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전문가들은 언론과 SNS를 통해 사태 원인을 설명하고 시장 방향을 전망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시장 예측은 일반 투자자, 특히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며 장기투자에 필요한 투자 습관을 정리해 본다.   첫째, 거시경제(경기)의 국면을 파악하라. 어떤 경제 주체도 거시경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투자의 출발점은 선행 경제지표 등을 통해 현시점이 거시경제 주기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침체 국면의 막바지가 최상의 투자 시점이라면 확장 국면의 끝자락은 피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최신편향’을 경계하라. 최신편향은 최신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여 판단하는 인지적 특성이다. 시장의 현재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해 계속 추종하는 최신편향은 투자에 최대의 적이다. 최신편향에 ‘소외공포(Fear of Missing Out, FOMO)’가 더해지면 시장의 쏠림 현상을 키우고 이번처럼 되돌림의 크기도 함께 커진다. 최신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역사적 데이터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추세를 파악하고 장기 평균으로부터 현 추세가 멀어질수록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분산 투자 원칙을 지켜라. 이번 사태를 통해 한동안 잊혔던 분산 투자 효과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맞선 급격한 금리 인상이 초래한 채권과 주식가격의 동조화 현상이 마침내 사라졌다. 미국 S&P500 지수가 지난달 16일 고점을 기록한 후 이번 달 5일까지 8.5% 하락하는 동안,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0.39% 하락하면서(채권 가격 상승) 투자 수익률을 방어하는 수비수 역할을 해냈다. 장기적으로 보면 분산 투자 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넷째, 리밸런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라. 자산 가격 움직임에 따라 변동한 자산 배분 비율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은 안정적인 수익 실현과 신규 매수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처럼 주식 강세가 한동안 이어졌다면, 늘어난 주식 비중을 줄여 수익을 실현하고 동시에 다른 자산의 비중은 그만큼 늘려 고점매도와 저점매수의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종합하면 장기투자에 필요한 투자 습관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 국면과 시장 추세상 확률적으로 투자에 유리한 시점에 시장에 진입하고, 분산 투자와 리밸런싱을 통해 지속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최정혁 /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마켓 나우 장기투자 성공 투자 습관 일반 투자자 글로벌 주식시장

2024-08-19

[마켓 나우] 주가폭락 원인이라는 ‘AI 거품론’의 진실

주식시장이 5일 8% 이상 폭락했다. 다음날 주가는 기록적인 상승률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이번 증시 대란에 한몫했다.   최근 월가에서 AI가 기대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지만, 투자만 과도하다는 ‘AI 거품론’이 제기됐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M7)이라 불리는 7개 기술주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M7 중 적자 기업은 없지만, 저조한 분기 실적이 빌미를 제공했다. 구글은 분기당 120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하는 AI 투자를 진행했지만, 수익 실현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도 AI 클라우드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시장은 요구한다. ‘주가를 유지하려면 투자를 줄이거나 매출을 늘려라.’   기업들은 투자도 늘리고 매출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이들은 GPU 구매 등 AI 설비 투자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필요하기 전에 역량을 구축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했고,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전환기에는 과잉 투자가 과소 투자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AI 기업들이 바라보는 AI의 미래는? 생성형 인공지능(GAI) 기술 발전의 매출 증대 능력에 달렸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탄소 배출 저감, 고령화로 인한 복지·의료비 증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부족, 지방소멸 등 인류가 직면한 난제의 해결이 관건이다. AI만 한 문제해결자가 보이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어떻게 보는가. 그들 또한 GAI의 ‘본질’과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한다. GAI는 인간 뇌의 수많은 신경세포의 연결점과 비슷하다. GAI는 인간이 만들어왔던 다양한 데이터의 상호 관계성을 계산·분석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복잡도를 가지도록 만든 것이다. 글·그림·음악과 같은 기호뿐만 아니라, 행동·움직임 같은 동적 요소도 관장할 수 있다. 즉 그 어떠한 표면적 양상이 등장하더라도 그 뒤에 숨은 의미를 포착하고 반응 생성이 가능하므로 사람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할 때 컴퓨터에 인간적 특성을 부여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이 가능해진다. 자연과학적 현상에 대한 심층구조 분석도 가능해진다.   낙관론자들이 보기엔 AI 앞에 ‘도달 불가능점’은 없다. AI를 통해 시간·비용·지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로보택시·휴머노이드 등의 움직임과 판단의 핵심인 AI는 노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이미 착수했다. GAI는 일본 지방의 자동화 기기 투입이나 코로나 백신과 같은 신약 개발에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아직 시작 단계다. 현 상황을 AI의 ‘세 번째 겨울’이나 2000년대 닷컴 버블 몰락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다. AI의 장래는 밝다. 이수화 /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 연구교수마켓 나우 주가폭락 거품론 ai 거품론 과잉 투자가 생성형 인공지능

2024-08-12

[마켓 나우] 미국은 2008년처럼 경기침체로 가는가

자본주의 경제는 경기 사이클의 정점과 바닥을 오간다.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면 경기는 침체의 터널에 진입한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주가는 폭락한다. 정부는 경기 침체를 피하려 몸부림친다. 하지만 때가 되면 경기 침체는 반드시 온다.   지난 64년간 미국 경제는 9번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코로나19 침체를 제외하면 8년에 한 번꼴로 경기 침체가 왔다. 실업률이 10%를 넘는 금융위기급 침체도 두 차례 있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21%로 올렸던 1980년대 초와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발생한 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경기 침체가 일어나기 전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다. 연준이 고강도로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경기 과열이 심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커졌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은 그 자체로 경기의 발목을 잡는다.   호경기 속에 어느 정도의 물가 오름세를 수용하던 소비자도 티핑 포인트가 지나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불요불급한 품목 이외에는 지출을 줄인다. 기업의 매출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다. 주가와 부동산도 직격탄을 맞는다.   경기 침체의 경로가 전형적으로 나타난 것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다. 2000년대 초 저금리 환경 속에 경기는 회복되고 자산시장에 거품이 일었다. 물가 오름세가 4%를 넘어서자 연준은 금리 인상을 가속화했다. 2004년 1%였던 기준금리를 2006년 5.25%까지 올렸다.   2007년 들어 경제가 안정 성장세를 보이자 연준은 고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구실로 금리 인하를 미뤘다. 그해 9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렸다. 부동산 가격의 내림세가 가팔라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전인 8월에 비공개회의를 열어 시중 유동성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연준은 이미 늦었다. 2008년 초 경기침체 신호인 ‘삼의 준칙(Sahm rule)’이 발효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2개월 저점보다 0.5% 포인트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이 4.3%를 넘어섰다. 삼의 준칙이 또 한 번 실현되었다. 그 직후부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조만간 침체의 터널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도 연준은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   2007년 연준은 삼의 준칙이 발효되기 4개월 전에 금리를 내렸지만, 침체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금융위기가 닥쳐 주가는 고점 대비 60% 가까이 하락했다. 연준은 금리를 올릴 때 확실히 올려 물가를 잡고 내릴 때는 빠르게 내려 침체를 막아야 했다. 김성재 /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마켓 나우 미국 경기침체 경기침체 신호인 경기 침체 금융위기급 침체

2024-08-11

[마켓 나우] 한국도 ‘로봇 신세기’의 주인공 될 수 있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젠1’을 2021년 발표했을 때 그 어마어마한 반향을 직관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젠2, 젠3를 연이어 발표하며 신세기를 열어버렸다. 신세기의 주인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범용인공지능(AGI)이 올라탄 섬세한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여기서 ‘올라탄’은 ‘탑재된·내장된·적용된’을 뜻한다.   한때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선도하는 분야였다. 카이스트의 휴보나 일본 혼다 아시모의 영광이 아직 생생하다. 우리의 휴머노이드 기술을 이전받은 미국 대학도 있었고 재난구조 로봇 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2015’에서는 카이스트 휴보가 최종 우승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자체보다 로봇 개발과정에서 새로운 요소 기술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 주목받았다. 하지만 극적인 성과가 없었던 탓인지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에 기반을 둔 ‘인더스트리 4.0’으로 세상의 관심을 빼앗기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음 세대 몫으로 잊히는 듯했다.   그 ‘다음 세대’의 비전을 되살리고 앞당긴 것이 옵티머스다. 옵티머스는 자유도(DoF)가 사람에 가깝게 설계되고 전 구간 전동화된 신형 하드웨어 요소 기술이 돋보였지만, 충격적이었던 점은 로봇이라는 디바이스에 ‘올라탄’ AGI이다. 꼭 로봇을 위해 개발한 것은 아니었던 AGI가 로봇을 만나 ‘즐거운 초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AGI를 가장 먼저 탑재한 것은 미래차였지만 그다음 타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배터리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신세기를 열었고, 레거시 자동차 OEM으로 치부되던 현대기아차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AGI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패러다임은 ‘사람보다 강하고 빠르다’에서 ‘사람만큼, 혹은 사람보다 더 섬세하고 정확하다’로 전환했다. 새 패러다임에 따라 보스턴 다이내믹스 올뉴 아틀라스 001, 오픈AI와 제휴해 주목받는 피규어 01, 유니트리 H1 등이 앞다투어 세상에 나오고 있다.   신세기의 첨단은 두말할 나위 없이 AGI이지만, 주요 요소 기술을 산업별로 짚어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차를 포함한 지능형 모빌리티, 지능형 로봇이 눈에 띈다. 새로운 도약을 설계하기 위해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육성·보호하고 있다. 더 늦지 않게 지능형 로봇과 지능형 모빌리티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해 육성책 중심으로 지원할 때다. 테슬라 옵티머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박철완 / 서정대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마켓 나우 로봇 신세기 휴머노이드 기술 테슬라 옵티머스 한때 휴머노이드

2024-08-05

[마켓 나우] 부의 증가와 상속이 투자 우선순위 바꾼다

전 세계의 부(富)는 지난해 미국달러 기준으로 4.2% 증가했다. 한국은 부의 증가율이 6%를 넘었다. 부의 증가는 자연스럽다. 세계의 부가 증가한 것은 지난 15년 중 12년이다. 부의 성장과 그 소유자는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결국 부는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은행 대출, 주식 발행, 국채 매각, 크라우드 펀딩에 들어가는 자금은 모두 축적된 부에서 나온다. 세계의 부가 증가하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더 많아진다. 부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투자처가 결정된다.   앞으로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빠른 기술 변화라는 원인은 더 많은 투자라는 결과를 낳는다. 이 인과 관계는 의외의 부문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기술은 우리가 일하고 쇼핑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사무실은 유연한 근무를 위해 설계돼야 하고, 새로운 사무 공간은 투자가 필요하다. 거리의 상점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정교한 재고 관리가 가능한 창고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후 위기에 맞서려면 인프라 부문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의 부가 풍력 터빈, 전기 자동차, 태양광 패널 등의 개발을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 자금만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다.   전 세계 부의 증가와 함께 우리는 엄청난 부의 이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향후 20년 동안 83조 달러가 넘는 부의 주인이 바뀐다. 이는 한국 경제 규모의 45배와 맞먹는다. 현재 억만장자 701명이 보유한 3조 4000억 달러의 부가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누가 그 부를 관리하고 투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가 바뀐다. 부의 약 10%는 부를 창출한 사람의 배우자에게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는 젊은 세대에게 승계된다. 부의 소유권 이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당사 고객의 45%는 여성이며, 지난 4년 동안 여성 고객 수는 5% 증가했다.   나는 30년 넘게 금융업계에 몸담으며 부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가까이서 목격했다. 30년 전 부자들의 목표는 자신의 부를 지키는 것이었다. 자산 보존은 여전히 중요한 목표이지만 새로운 세대의 부자들은 그들의 부가 미칠 환경적·사회적 영향과 투자 방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은 부의 성장과 상속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해 가고 있다. 이들의 가치관은 자선 활동에서 영리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처를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결정력을 지닌다.   세계의 부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한다. 특별한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유권의 변화와 새로운 소유주들의 잠재적 태도 변화는 세계 경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폴 도너번 /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증가 상속 투자 자금 투자 방식 부의 증가율

2024-07-29

[마켓 나우] 엔비디아가 ‘거품론’에도 믿는 구석

GPU 디자인·제조와 AI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달 18일 시가총액 3조3350억 달러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그 후 급락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애플에 이어 3위다. ‘단기 초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론’부터 ‘AI 관련주, 엔비디아 주가 거품론’까지 다양한 견해가 부진을 설명한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든든한 믿는 구석이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연산용 GPU 시장점유율(80%)을 타사가 넘어서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예측된다.   GPU 매출이 엔비디아 주가의 숨통을 쥐고 있는데, 매출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거대언어모형(LLM)은 기존 머신러닝과 비교했을 때 ‘추론’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특히 GPU가 매우 많이 필요하다.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LLM 서비스 매출이 늘어날수록, 엔비디아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아마존·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라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도 GPU 없이 서비스 운영을 유지·확대할 수 없다.   여러 변수가 곱해지면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독보적이다. 엔비디아의 AI 학습 도구인 CUDA는 지금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서 거의 20년 가까이 숙성시킨 AI 분야의 ‘절대 반지’다. 2010년 딥러닝 이래 AI 학습의 표준 라이브러리로 군림하는 CUDA를 대체하려면, 대규모 AI 전문개발진을 투입해야 한다. 바로 이 AI 전문가 집단이 현재 글로벌 수요가 가장 많고 공급이 태부족하다. CUDA를 이길 도구를 만들려면, 가장 비싸고 실력 좋은 AI 전문가를 유인해야 한다.     하이퍼스케일러들도 비용절감을 위해 GPU 아닌 AI 개발 칩을 도입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 상충으로 오픈소스로 AI 개발 도구를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편입되지 않을 경우, 테스트를 통한 성숙도 제고는 속도가 나기 어렵다. CUDA가 시작부터 오픈소스였던 점과 대조된다.   생성형 AI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회사들의 매출은 우상향을 과시할 것인가. 그 덕에 엔비디아 주가는 계속 봄을 맞이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AI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과 서비스의 품질과 비용을 좋게 만들 때 주가 걱정은 불필요한지 모른다. AI는 인류 난제 해결의 ‘줄기세포’로 동작 가능할까.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큰 적들, 팬데믹·기후온난화·양극화·의료복지를 해결하는 문샷 프로젝트에서 AI가 마주할 능력의 한계가 중장기적 도전과 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수화 /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 연구교수마켓 나우 엔비디아 거품론 엔비디아 주가 주가 거품론 서비스 매출

2024-07-10

[마켓 나우] ‘리튬 포비아’는 과학적 근거 없다

정치계와 산업계는 생각보다 많은 점이 닮았다. 양쪽 다 전략과 프로파간다의 적절한 구사가 필요한 승부의 세계다. 프로파간다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는 마음 상태인 포비아를 매개로 전파된다.   ‘리튬 포비아’가 배회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화성에서 배터리 관련 큰 화재가 발생했다. 상당히 많은 외신도 ‘리튬이온 이차전지 화재’로 보도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화성 화재는 ‘배터리 전기차는 위험하다’는 프로파간다의 좋은 재료였다. 일부 ‘전문가’는 리튬이 문제이며, 유기전해액이 불붙고 열폭주에 이어 열폭주 전이가 이어진 결과가 대형 참사였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는 배터리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무관했다.   과학적으로 틀린 허위 사실이 대량 유포되고 있다. 이번 화재의 ‘리튬’은 배터리 전기차나 모바일 IT에 쓰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아니었고, 민생용 리튬금속 일차전지도 아니었다. 군용 무전기, 원격 전력량 검침기 등에 쓰이는 특수용 리튬금속 일차전지였다. 생산자도 프랑스 샤프트, 이스라엘 타디란, 한국 비츠로셀 등으로 제한돼있다. 불연성 무기 용매인 염화싸이오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외려 열적 내성이 뛰어난 리튬금속 일차전지다. 다만, 염화싸이오닐은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화기에 노출되면 불에 타기보다 기화되어 뭉게뭉게 대기 중으로 퍼지다 주변으로 낙하한다. 다들 걱정하는 리튬은 화재 현장에서 대량의 물로 ‘킬링(killing)’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해롭지 않다. 불행 중 다행으로 때마침 장마가 시작되어 혹여 퍼져 나간 염화싸이오닐은 대량의 물에 의해 청소되어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번 화재는 또 한 번의 ‘리튬 포비아’를 남겼다. 높은 안전성과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전략 못지않게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홍보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이런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 ‘리튬금속 일차전지’의 안전성 문제를 극적으로 개선한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1990년대 초반 상용화되며 고성능 이차전지의 세상이 시작됐고 모바일 IT, 배터리 전기차, 로봇, 온디바이스 인공일반지능(AGI)의 서막이 올랐다. 거기에 더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용을 극대화하게 된 것도 ‘에너지저장장치(EES)’에 쓰이는 안전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덕분이다. ‘21세기의 새로운 불’인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충분히 안전하지만,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화재사고 유형도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산학연 노력은 계속되고 있기에 과도한 리튬 포비아는 접어도 좋지 않나 싶다. 박철완 /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마켓 나우 리튬 과학 리튬이온 이차전지 리튬금속 일차전지 특수용 리튬금속

2024-07-07

[마켓 나우] 전기차는 중국 경제에 리스크 될까

자동차 산업은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략적 역할을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일·일본·한국과 같이 자동차 부문이 강력한 국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경제 활동이 일반적인 경기 순환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와 연관된 광범위한 공급망 때문이다. 이러한 연관성은 현재 중국의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직접적인 부가가치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1980년대 초 일본 자동차 산업 전성기 때의 5%, 1990년대 한국의 3%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기차 도입 확대가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고려하면, 2020년 중국 자동차 산업의 전체 부가가치는 GDP의 2.3%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과 생산능력의 급증으로 업계의 과잉 생산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부문의 판매·생산 능력 추세를 비교해 보면, 많은 이들이 인식하는 것만큼 과잉 생산 능력의 징후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수요가 중국 전기차 생산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모두 유망한 전기차 수요로 인해 향후 더 많은 생산능력 증설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전기차 리스크 분석에는 국내외 시장 요인을 모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중국 전기차 산업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과 같은 선진 경제권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거센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는 현지화 계획을 가속할 수 있다. 공급망 복원력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1980년대 초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일본 차량에 대한 자발적 수출 제한(VER) 쿼터는 60%의 수입 관세를 매긴 것과 맞먹는 수준의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일본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산 현지화로 방향을 틀게 된 주된 원인이었다.   중국의 배터리·전기차 대기업인 BYD는 이미 멕시코에 연간 1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건설 중이며 브라질·헝가리·태국에서도 유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국내 수요에 집중하고, 지속해서 연구 개발에 투자하며, 아시아 등 외부 진출을 다각화하는 것이 외부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루이즈 루 /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중국 전기차 전기차 리스크 전기차 생산 전기차 산업

2024-07-03

[마켓 나우] 인플레감축법이 만든 투자 기회에 주목하라

2022년 등장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제조업을 뒷받침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탄소 감축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가로 IRA가 유발한 투자환경의 재편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기후기술에 엄청난 파급력으로 대규모 투자기회를 창출한다.   먼저 IRA를 근거로 미국 정부가 푸는 지원금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무려 3690억 달러가 에너지 전환 분야에 보조금으로 책정됐다. 개별기업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원받는 액수도 대폭 늘었다. 기존의 미국 투자세액공제(ITC)는 30%였으나, IRA 적용 후에는 지역생산 원자재 사용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50%까지다. 이런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정책 비준 후 1년 만에 약 1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미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IRA는 이전 제도와 달리 안정적인 투자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기존의 지원 법안들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의회에서 연장 승인을 얻어야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32년까지 지속되는 10년짜리 법안인 IRA는 장기투자의 걸림돌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또 세제 혜택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점도 안정성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기업이 수익창출 시점을 앞당기고 잠재수익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주로 포진해 있는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섹터에 특히 효과적이다. 향후 10년간 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세액공제 시장에서 양도권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처럼 IRA가 촉발한 투자환경 변화는 특히 연기금에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분야는 개발 단계에서 대규모 민간자본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인데, 소비자에게 친환경 에너지를 전달할 송전선, 충전소 등을 확충하는 장기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처럼 면적이 큰 국가 전역에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부문의 상당한 투자가 요구된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적합한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의 투자 특성에 부합한다.   정리하자면 IRA는 재생에너지 분야를 매력적인 투자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파격적인 규모의 혜택이 투자의 위험성을 완화하며, 세액공제의 양도 가능성은 앞으로 투자자와 개발자 간 세제혜택 거래를 통한 자금 조달을 더욱 촉진하여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향후 10년간 동일한 투자 환경을 보장하는 IRA는 이미 다양한 자금원으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전례 없이 IRA가 조성한 매력적인 투자 환경에 전략적인 투자를 검토해 봐도 좋을 만한 시점이다. 톰 오스본 / IFM인베스터스 인프라 투자부문 전무마켓 나우 인플레감축법 투자 대규모 투자기회 투자환경 변화 투자 기회

2024-07-01

[마켓 나우] 패라지가<영국 극우> 트럼프와 친한 이유

“헌헌장부(軒軒丈夫), 지구 상에서 멋진 60년을 크게 축하하네!”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4월 3일 공개적으로 영국의 포퓰리스트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의 생일을 축하했다.   2016년 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영국독립당 당수 패라지는 브렉시트 찬성파를 대표했다. “대제국을 거느렸던 나라가 왜 EU 식민지냐”며 독립당을 창당한 1993년부터 EU 탈퇴를 외치던 패라지는 23년 후 꿈을 이뤘다. 트럼프보다 먼저 자국 우선주의를 외쳤고 합법적인 이민조차 대폭 규제해야 한다는 정체성의 정치를 내세웠다.   브렉시트 후에도 그의 활동은 계속 진화했다. 그는 하루빨리 EU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를 요구했으나 영국 정부는 3차례나 협상 시한을 연장하며 결국 EU와 2019년 10월 중순 탈퇴협정을 체결했다. 패라지는 이를 맹렬하게 비판하며 독립당을 해체하고 영국개혁당을 만들었다. 함께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면서 패라지는 방송에 주력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다음 달 4일에 치러질 총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배신해 브렉시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트럼프 후보를 돕겠다는 것이 그의 번복의 변이다. 영국에서 다시 포퓰리스트 바람을 일으켜 미국에도 확산하겠다는 셈법이다. 앞서 그는 트럼프 진영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선거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의 영감을 받은 개혁당은 누리집 첫 페이지에 ‘영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제도와 경제, 공공분야 등의 개혁을 제시한다.   7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혁당 지지율은 올 초보다 2배 정도 오른 13%다. 집권 보수당보다 불과 10% 포인트 정도 뒤처지는데 보수당의 지지율을 그만큼 갉아먹었다. 14년 만에 정권을 빼앗길 듯한 보수당은 패라지의 전격 출마와 개혁당의 지지율 동반 상승으로 더 곤혹스러워하고 ‘집토끼’를 움켜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영국 하원은 650석 전부를 소선구제로 뽑는다. 개혁당은 609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지만, 소선구제 때문에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러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개혁당의 지지율이 15% 정도면 보수당은 최소 10석을 더 빼앗길 것이라 전망했다. 제1야당 노동당이 400석 정도로 압승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패라지는 이번 출마로 존재감을 재차 각인시키고 영국 정치에서 한 자락을 계속 차지하려 한다. 안병억 / 대구대 교수(국제관계)마켓 나우 영국 트럼프 트럼프 후보 트럼프 진영 개혁당 지지율

2024-06-17

[마켓 나우] 포용력·유연성 없으면 투자도 정치도 실패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은 올바른 변화를 이끌기도 하고, 역사를 퇴보의 길로 내몰기도 한다. 대통령제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 링컨은 성공한 대통령의 상징, 닉슨은 실패의 본보기다.   1861년 대통령에 취임한 링컨은 노예제를 폐지하고 남북으로 갈라진 국가를 통합해 발전의 토대를 세웠다. 각주가 발행하던 은행권을 퇴출해 통화를 단일화하고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해 물류를 효율화했다. 이를 통해 대평원 곡창지대의 농산물이 전 세계로 수출됐다. 링컨의 국무장관인 윌리엄 수어드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이는 작업에 착수해 지정학적 이점을 확보했다.   링컨의 유산을 발판으로 미국 경제는 수십 년간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반세기가 지나 터진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 최강이 됐고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전후 국제질서를 규정했다. 브레턴우즈 체제라 불린 국제금융 질서를 바탕으로 미국과 서방 경제는 1960년대 후반까지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에 가까운 안정적 성장을 구가했다. 링컨이 가져온 100년의 축복이라 할 수 있었다.   닉슨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1969년 미국 경제는 베트남전과 과도한 복지비용 지출로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물가 오름세는 5%를 넘어섰고 경기 하강 조짐이 뚜렷했다. 재정과 무역수지의 적자 누적으로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된 달러 가치의 불안이 심화했다. 닉슨에게는 물가 안정과 달러화 신뢰 회복이라는 선결과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닉슨은 거꾸로 갔다. 1971년 그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근간인 달러의 금 태환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닉슨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유능한 인사를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임명해 물가를 잡아야 했지만, 닉슨은 측근을 그 자리에 앉혔다. 시시콜콜 연준의 금리 인상을 방해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물가통제를 감행했다. 닉슨의 정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플레이션은 두 자릿수에 달했고 경제는 뒷걸음질 쳤다. 스태그플레이션이 1970년대 내내 미국을 괴롭혔다.   둘이 낳은 상반된 결과는 지능이나 교육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링컨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닉슨은 명문 듀크대 로스쿨을 3등으로 졸업했다. 두 사람의 인사정책이 명운을 갈랐다. 링컨은 자신과 경쟁했던 당내 경선 후보와 야당 인사를 두루 요직에 앉혔다. 닉슨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적을 탄압했고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탄핵에 몰렸다. 정치와 투자의 공통점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연성을 잃고 오만에 빠지는 순간 실패의 나락을 피할 수 없다. 김성재 / 퍼먼대 경영학 교수마켓 나우 포용력 유연성 상징 닉슨 닉슨 쇼크 세계대전 직후

2024-06-16

[마켓 나우] 미국과 유럽의 상이한 사회모델

미국과 유럽의 경제력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지표를 보면 미국이 유럽보다 사회모델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명목 GDP 기준으로 유럽연합(EU) 27개국의 경제규모가 미국보다 조금 더 컸다. 2023년 말, 미국 경제 규모가 EU보다 10% 정도 더 커졌다.   미국은 특히 가파(GAFA), 즉 구글·아마존·메타(페이스북)·애플과 같은 IT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주력해 성장을 견인했다. 작년 말 기준 미국은 첨단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연간 4만924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EU 27개국은 9883건에 불과하다. 중국(2만7928건), 일본(1만2763건)보다도 뒤진다.   대신 유럽인은 훨씬 적게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2년 미국 근로자는 연평균 1811시간 일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의 근로자는 1500시간이었다. 독일은 1341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치다.   앞으로도 미국의 경제성장 여건이 좀 더 유리하다. 유럽의 노동 가능 인구는 2023~2030년 기간에 크게 줄어든다. 독일은 340만 명, 폴란드는 230만 명이 준다. 반면 미국은 320만 명이 늘어나는데, 이는 독일에서 줄어드는 340만 명과 엇비슷한 규모다.   경제적 지표에서 벗어나면, 유럽이 미국보다 낫다. 2010년 오바마케어가 발효되기 전 미국은 OECD에서 보편적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였다. 2017년 트럼프는 이를 폐기하려 했다. 일부 주는 이후 건보 보장을 약화했다.     경제는 성장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미국에서 계속 커지는 추세다. 지니계수(0에 가까울 수록 평등)를 보면 2021년 말 미국은 0.398로 유엔이 설정한 경고수준 0.40에 근접했다. 슬로바키아는 0.241로 EU 회원국 가운데 최저, 나머지 상당수 회원국은 0.3의 초반대다. 유럽의 경우 불평등이 현상유지되거나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지만, 세계 양대 강국(G2) 미국·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저성장에 시달리는 유럽으로 선 이런 사회모델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회원국 별로 분절된 디지털 시장을 단일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EU 회원국의 주식 시가총액이 미국의 7대 IT 기업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시총 13조1000억 달러(2월말 기준)보다 적다. EU 차원에서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보유한 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는 자본시장 동맹이 시급하다. 그래야 유럽의 자부심인 사회모델을 유지하고 확산할 수 있다. 안병억 / 대구대 교수(국제관계)마켓 나우 미국 사회모델 자부심인 사회모델 대신 유럽인 경제성장 여건

202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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